6. 남태평양 바다에 빠져 거북이를 타고
14시간 동안 표류하다가 살아난 김정남(金正男)의 기적.
1969년 8월 23일, 우리나라 부산(釜山)에 거주하는 화물선 승무원 김정남(金正男, 27세) 씨는 미국 남태평양 바다에서 실족하여 바다에 빠졌다.
수영하던 중 거북이를 만나 그 머리를 잡고 등에 올라타 14시간 동안 헤매다가 구호선을 만나 살아난 세계적인 기적이 있었다.
이 내용은 1969년 8월 31일자 한국일보 기사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1969년 8월 23일 새벽 2시경이었다.
김정남 씨는 장기 항해로 심심하여 동료 선원 5명과 함께 일본제 위스키를 나눠 마셨다.
술기운에 몸이 화끈 달아올라 바람을 쐬려고 갑판에 나갔는데, 갑판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오른편 선측(船側)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선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요동치는 바람에 그만 실족하여 새까만 칠흙 같은 바다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고함을 쳤으나, 그를 떨군 화물선 ‘리베리아’ 호는 금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목표물을 잃어 방향을 잡을 수 없게 된 김정남은 이리저리 해수욕하듯 바다 위에 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날씨는 좋은 편이었으나 파도는 꽤 세차게 일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는 바윗덩이 같은 것이 밀려오는 것이 마치 무리처럼 보였다.
그 지역은 본래 상어가 많은 곳이라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다가가 보니 그것은 상어가 아니라 거북이었다.
신장이 1미터는 되어 보이는 큰 거북이었다.
기진맥진한 그는 물에 빠진 사람이 실오라기라도 잡듯 헤엄쳐가 무조건 붙들었다.
오른팔로 걸쳐 잡아보니 거북이었다.
그는 두려움과 기진맥진한 상태에서도 80%는 살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거북의 어깨 쪽을 두 팔로 감싸듯 잡았다.
거북은 머리를 바다 속에 넣고 헤엄치다가 이따금 숨을 쉬려는 듯 머리를 치켜올렸다.
따라서 김정남은 하반신만으로 헤엄치는 꼴이었다.
그런데 거북은 뜻밖에도 어진 천사처럼 천천히 헤엄쳐 갔다.
이따금 죽은 듯 가만히 있기도 해서 등을 쳐서 움직이게 하기도 했다.
거북은 몸이 불편하거나 죽은 놈이면 물 위에 떠 있는 법인데, 이 거북은 병들거나 상처 입은 것 같지 않았다.
또한 이 거북은 김정남을 떼어놓거나 빠져나가려 하지 않았다.
김정남 씨는 거북에게 몸무게를 실지 않으려고 애썼다.
거북의 몸길이는 1미터 남짓했고, 목덜미 직경은 약 15센티미터, 딱딱한 등껍질 무늬는 한 조각이 약 5센티미터 정도였다.
바다에 떠서 표류한 시간은 8월 23일 새벽 2시에 바다에 빠져, 같은 날 오후 4시에 구조되었으니 총 14시간 동안 바다에서 헤맨 셈이다.
이 중 2시간은 몸을 바다에 맡겨 표류했고, 거북을 타고 헤맨 시간은 12시간 정도로 추정된다.
김정남 씨가 회중시계를 바다에 빠뜨려 잃어버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으나, 선실에서 나와 바다에 빠진 시간과 구조된 시간만 정확히 기억할 뿐 중간 시간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반씩 나누면 혼자 표류한 시간이 7시간, 거북을 타고 헤맨 시간이 7시간일 수도 있다.
그는 육지 방향을 눈대중으로 가늠하며 거북을 타고 가보려 했으나 육지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다만 살고 죽음을 거북에만 맡겼을 뿐이다.
이 거북이 신령스러운 거북이었는지, 다른 코스로 가지 않고 항로 코스로 이끌어준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
거북이 항로 코스로 이끌자 마침 ‘시터들’ 호 화물선이 다가왔고, 김정남 씨가 손을 흔들자 ‘시터들’ 호 선원들도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거북은 ‘시터들’ 호 쪽으로 바싹 다가갔다고 한다.
김정남 씨는 구조선에서 내미는 구명보트에 매달려 올라타면서 거북을 그대로 놔두라고 소리쳤다.
거북은 김정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 같아 사로잡지 못하게 한 것이다.
구조된 후 김정남 씨는 너무 지쳐 실신 상태에 이르렀으나 여러 선원들이 잘 돌봐주고 약을 먹여 정신을 회복했다.
배가 파선되어 깨진 배 조각을 잡고 바다에서 표류한 일은 고금에 흔히 있는 일이지만, 거북을 타고 몇 시간씩 헤맸다는 이야기는 고금에 처음 있는 일이라 이 기사가 동서 각국에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기적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렇다면 김정남 씨가 어떻게 그렇게 초인적인 기적을 이뤘는지가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그 이유는 그의 어머니가 불교 신자로서 항상 부처님께 기도를 올렸고, 아들이 외항 화물선 선원이라 매월 초하루에 절에 가서 아들 김정남을 위해 거북을 사서 바다에 방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정남 씨가 선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 거북 방생을 해왔다고 한다.
김정남 씨의 어머니는 부산에 거주하는 강현화 씨로, 아들이 선원이 되어 바다에서 생활하는 것이 항상 불안하여 돈이 생기면 초하루가 아니어도 바다에 가서 거북을 사서 방생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를 미신이라 비방하기도 했으나, 이번 일을 보고 나서는 용왕도 방생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 감탄하며, 용왕님이 거북을 보내 김정남을 구조해 살려준 것이라고 여러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즉,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거북을 방생했고, 그 거북이 아들을 살렸다는 것이다.
0개 댓글